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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착해질 때 처방 여든세 살, 덕산 할머니가 오늘따라 자꾸 숨이 가쁘다는데 마을 할머니들 처방은 다 다르다. 밥을 많이 묵우서 그렇다. 밥을 많이 안 묵우서 힘이 없어 그렇다. 숨이 가빠도 밥을 많이 묵우야 낫는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숨이 가쁜데 밥을 우찌 묵노. 죽을 무야지. 야야, 고마 해라. 죽어야 낫는 병이다.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글픈 내용인데. 웃음이 났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서로들 다른 처방을 내리며 손을 내젓는 모습까지 연상될 정도로 생생하게 와 닿는다. 소리를 내어 읽어보니 사투리의 정감이 재미를 더한다. 마지막 할머니의 말씀이 압권이다. "죽어야 낫는 병이다.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명쾌한 처방이다. 사랑니 빼는 것이 힘들었는지. 거울속에 ..
아파트 + 작업실 + 가정집 인테리어 세트 집이 있어도 방이 있어도 굳이 나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고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 있는 게 싫어서 결혼도 하고 가족도 챙기고 더불어 사는 활동에도 참여하는 것인데, 그걸 또 벗어나 혼자만 있겠다고 공간을 찾고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니, 우리가 가진 이중성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요즘은 아파트나 원룸, 사무실 등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쓰면서 작업실로 삼는 일이 많은 모양이다. 비슷한 업종에 있는 사람들끼리 관리유지비를 아끼면서, 서로에게 선의의 경쟁심도 느끼면서, 도움도 주고 격려도 받고 함께 일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일, 만화나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일, 요리를 하는 일, 디자인을 하는 일 등 예전에는 집에서 혼자서 했던 일을 집 아닌 곳에서 혼자 하면서도 함께 하는..
태엽감는 새 2 2권의 시작부터 아내가 사라졌다. 1권에서 고양이가 사라진 것처럼. 그리고 주인공인 오카다 도루 는 우물 안에 들어갔고 갇혔다. 1권(http://blog.yes24.com/document/11966567)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겠지. 2권은 약간 청불 느낌이다. 20대 때 봤더라면 특정 부분만 책이 까마졌을 지도 모르겠네. 뭐, 이제는 하루키는 이런 방법으로 그의 세계관을 만들어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는, 만약 처음 접했다면 꽤 짜증이 났을 것 같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너무 허황되는 것 아닌가란 생각에. 하지만 하루키의 소설을 오래 읽은 사람이라면 뭐 그렇구나, 정도로 넘어가지 않을까.책 소개를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