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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여름하면 뭐가 떠오르시는가? 요즘에야 에어콘이 없는 데가 없어서 그런지 덜하지만 나 어릴때는 수박과 무서운 이야기였다. 티비에선 전설의 고향을 틀어주는 그런 때였다는 것이다. 부모 병을 고치려고 무덤에서 시체 다리를 떼왔더니 죽은 시체가 벌떡 일어나서 집까지 따라오며 내 다리 내놓으라고 외쳤다거나 과거보러 가던 선비가 어떤 기와집 예쁜 아가씨랑 인연을 맺었는데 나중에 보니 흉가의 귀신이었다거나.. 등장하는 귀신들 레파토리도 다양해서 처녀귀신 몽달귀신 도깨비에 구미호.. 무섭고 오싹한 이야기를 보다 보면 더위도 조금은 잊혀졌던가??전설의 고향은 아니지만 과거의 에도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묘한 이야기를 엮은 미미여사의 괴이를 읽었다. 오싹할만큼 무서운 이야기도 있었고 서글픈 이야기도 뒷맛이 찝찝한 이야기와 읽을수록 고소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런 게 단편집의 매력인데 역시나 인간과 마물이 뒤섞이는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코로나가 어떤 귀신보다 무섭고 목에 풀칠 하는 게 도깨비보다 험한 요즘이다. 오늘 날씨가 올들어 제일 덥다는 예보가 있던데 다들 시원한 거 드시고 이 책을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 아홉가지 이야기 중에 제일 좋았던 건 아다치가의 도깨비와 여자의 머리였다. 당당한 도깨비의 여주인과 아이를 보호하는 호박의 요정이 나오는 이야기다. 무서움이 섞여 있어도 그걸 이겨내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이런 이야기가 좋더라.
여름 달밤에 어울리는 괴이한 귀신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미야베 미유키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쓴 걸작 호러 단편집!

‘미야베 월드 제2막’의 세 번째 작품으로, 지금까지 소개 되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소설 중에서도 특히 ‘공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단편집이다. 이 책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초자연 원리주의’쪽으로 과감히 발을 들여, 혼을 먹는 마물, 좀비를 떠올리게 하는 산송장, 불로불사의 흡혈귀와 같은 괴인 등 서구 괴기 소설에도 뒤지지 않는 몬스터를 에도의 마을로 불러 들였다.

괴이 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도깨비나 귀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마음속에 들끓는 분노와 욕망이라는 ‘어둠’에 삼켜진 ‘인간’들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탈을 쓰지 않은 존재들은 추악한 인간들이 발산하는 ‘어둠’으로부터 연약하지만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인간을 구한다. 「이불방」에서 어린 동생을 보호하는 죽은 언니의 혼이 그렇고, 「여자의 머리」에서 벙어리 소년을 지켜주는 ‘호박의 신’이 그렇다. 「아다치 가의 도깨비」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인간들이 떠넘긴 ‘더러움’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이렇듯 괴이 는 인간이 토해 낸 원한과 고독과 분노와 슬픔을 ‘귀신’의 형태로 드러내면서 타인과 자기 자신마저 좀먹는 인간의 ‘악의’와 함께 결국 그 ‘악의’를 이겨내는 인간의 ‘선의’를 탐구하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

꿈속의 자살
그림자 감옥
이불방
매화 비가 내리다
아다치 가의 도깨비
여자의 머리
가을비 도깨비
재티
바지락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