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란 고운 마음이다. 이 고운 마음은 자신들을 내려놓을 때 만들어 진다. 자신을 앞세우고 자신을 드러내고자 할 때는
이것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소자의 말이라도 들을 수 있을 때 우리는 고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이 많이
있는 곳은 화평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이 이루어진다. 진정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형성된다. 고운 마음,
자신만의 의로운 마음이 아닌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의로운 마음일 살아 있을 때 주변이 평화로워 지고 복된 삶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양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범국으로서 세계인의 지탄이 되고 있는 일본, 지금 아베 정권은 그
과거까지 도외시하고 감추려고 하고 있는데, 이들은 조상의 잘못을 온전히 인정하며 그 바탕 위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일본 위정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국제적인 마찰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저지른 그 참혹한 일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가치를 판단하는데 있어 흔히 집단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이렇다. 우리나라는 이렇다.”라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서는 사람들의 본질에 다가가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개별성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사실 일본에서 대동아 전쟁 당시에도 전쟁을 원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주위 국가들과의 화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베의 자위대 문제를 다루는 법안 통과와 그것을 반대하는 뉴스에 등장하는 데모하는 사람들, 그들은 누구이며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들인가? 이 책은 그 문제를 양심이란 각도로 짚어 보고 있다.
세상은 혼자만 살아갈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나누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할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럴 때 그 집단은 의식의 혼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상대에게도 유익하다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강압적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가령 식민국가에 기간산업을 건설하고, 문화적으로 선진화된 내용들을 보급하는 것 등을 식민지 국민들도
좋아할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물론 개별성이 있기에 소수는 동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 그 국가의 정체성이 상실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것은 큰일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책은 겐지라는 인물의 삶이 일대기 비슷하게 적혀진다. 어떠한 가정에서 어떻게 성장했는 지 그려진다. 또 2차 세계대전이
한참인 상황에서 군인으로 발탁되어 만주로 가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삶의 과정을 통해 나라의 상황과 세계의 정세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
속에서 겐지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떠한 영향을 받으며 어떻게 되어 간다는 것이 그려진다. 결국 일본이 항복하면서 그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만주에서 소련군에게 포로로 잡혀 고생을 한다. 그리고 시베리아 억류의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라 간의 포로 상환 문제를 통해 귀국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의 내용은 그 억류 체험기가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공간의 삶 속에서 그는 일본 군인들의 전쟁 와중에 행한 참혹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것들이 전쟁에 대한 혐오와 민권에 대한 생각으로 발전한 듯하다.
또한 일본에서의 삶도 얘기해 나간다. 아마 일상 속에서 평화도 누리고 어려움도 가지게 되면서 전쟁에 대한 실상과 정치에
대한 인식도 가지게 되었으리라. 직접 겪었고 느꼈기 때문에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이고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며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를 생각했으리라. 또한 그런 결정을 해나가는 정치인들에 대해 혐오감도 일었으리라. 그는 전쟁이 일본에서 잘못하였고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다른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요즘 또 다시 법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 나가는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정권에 대해, 심한 노여움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자유를 누리고 그 속에서 인간적 권리를 누려나가는 삶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저자의 마음이 책을
통해 강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조선인 전우를 위해 법정에 서는 결과로 까지 나타난다.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자행하고 있는 일본 당국을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이 나타나고 있는 글이다. 그래서 투쟁을 통해서라도 바르게 이끌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들이 여론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책 속에 흐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집단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았다. 많은 다른
성질의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집단의 잣대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 다 그런 것이다. 북한은 다 그런
것이다.”라는 사고방식이다. 그것을 개별화시켜 볼 때 우리는 그들 속에서도 많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군국주의 일본의 또 다른 관점이다.
신간 일본 양심의 탄생 주인공은 1925년생, 올해 한국 나이로 91세인 일본인 오구마 겐지(小熊謙二)이다. 이 책은 게이오대 역사사회학자 교수인 저자가 아버지의 일생을 인터뷰하면서, 민중사, 개인사적 서술을 통해 일본의 지난 20세기를 그려낸다. 주인공 겐지에게는 특별한 이력이 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본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조선인 전(前)‘일본군’이었던 전우 오웅근을 위해서였다.
책은 기존의 역사책과 다르다. 사회를 바꾸려면 (동아시아, 2014)의 저자이자, 일본 시민운동의 아이콘, 데모하는 지식인이란 수식어를 가진 일본 게이오대 역사사회학 교수 오구마 에이지(小熊英二)가 이번에는 한 개인의 생애사로 일본의 지난 20세기를 구현한다. 유력자 계층의 시선에서 쓰여지곤 했던 기존의 역사서술서와 차원이 다른 개인사, 생애사 연구이다. 도시 하층민을 대상으로 한 민중사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저자의 아버지인 오구마 겐지이다. 그는 일본군이었다.
이 책은 ‘전쟁 체험’의 범위를 본격적으로 넓힌다. 한 사람의 일생을 놓고 전쟁 전의 삶과, 전쟁 후의 삶을 샅샅이 추적한다. 오구마 겐지의 일생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전후 평화의식’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아버지의 인생사를 각 시대의 사회적 맥락에 위치시킨다.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내는 것이 역사 서술이 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해낸 것이다. 한 인물의 인상과 성격이 아닌, 매 시대 그가 행했던 선택, 일, 그에 대한 결과를 그저 서술하는 것만으로도 입체적인 역사 서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제1장 입영까지
제2장 수용소로
제3장 시베리아
제4장 민주운동
제5장 뜨내기생활
제6장 결핵요양소
제7장 고도성장
제8장 전쟁의 기억
제9장 전후보상재판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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