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우 작가님의 마이 페어리 레이디 4권을 읽었습니다...마지막 권이라서 그런지 쉽게 손이 안 갔습니다ㅠㅠ끝을 보고 싶지 않아서요...그래도 마지막에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마저 다 읽었습니다!! 김지우 작가님이 필력이 있으셔서 그런지 읽는내내 지루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4권인데도 불구하고 흥미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1. 작품 소개
저는 당신의 여우입니다. 당신에게 길들여지고 싶은 여우지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숙부인 국왕의 기사로 살아가고 있는 선왕의 사생아 로이드 헤센타인 백작.
어느 날, 학을 탄 소녀 아란이 찾아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로이드는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국왕의 명으로 동대륙의 공주이자 서왕모의 요지선인인 아란과 정략결혼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아란과 엮일수록 로이드의 주변에는 믿을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급기야 로이드는 여우로 변하는데…….
동대륙의 선녀 아란과 서대륙의 기사 로이드의 혼인생활은 무사할 수 있을까?
동서양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사랑 이야기.
‘마이 페어리 레이디’!
아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에게
사랑받는 순간부터 저는 제 인생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2. 미리 보기
자미궁 태청전.
북제가 새로운 천제로 즉위하며 수많은 천신과 선인들이 하례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부열자라는 이름의 선인이 북제 앞에 엎드려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지루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던 북제가 물었다.
그래서 뭐가 문제야?
한낱 여우가 어떻게 빙정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까. 천제께서 철저히 조사하여 제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빙정이라니? 무슨 빙정?
부열자가 말하는 동안 반쯤 졸고 있었던 북제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 보다 못한 사영이 나서서 그에게 설명했다.
지금 동주를 오르는 여우가 북해의 빙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빙정은 북해 제일의 보물이다. 그것은 북해의 정기로 이루어진 신물로 주인에게 강한 힘과 뛰어난 회복력을 선사했다. 음한지기로 수련한 선인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물건이었다.
그중 부열자는 가장 오랫동안 빙정을 노린 이였다. 몇 번이고 북해낭랑의 시험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여우 한 마리가 갑자기 빙정의 주인이 되었다고 하니 속이 뒤집힐 만도 했다.
사영의 설명에 눈을 동그랗게 뜬 북제가 물었다.
뭐? 여우가 동주에 오르고 있다고? 언제부터? 왜 나만 그걸 몰랐지?
사흘 전부터입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천제께서…….
야, 그럼 이럴 때가 아니잖아. 빨리 뭐 갖고 와서 비춰봐!
사영의 말을 싹둑 끊은 북제가 손을 휘저었다. 구석에서 처박혀 있던 묘선들이 서둘러 천경을 가져왔다. 반들반들한 거울에 곧 새카만 밤하늘이 비췄다. 북제가 혀를 찼다.
깜깜한 걸 비춰서 뭐 어쩌겠다는 거냐. 하나도 안 보이잖아.
그때 천경 안에서 뭔가가 휙 지나갔다. 휘파람 소리 같은 울음도 들렸다. 밤처럼 검은 깃의 끝에 붉은 점이 찍힌 새, 고획조였다. 성인 남자의 키만 한 새들은 동주 주변을 빙빙 돌듯이 날고 있었다.
고획조 아닌가? 저기서 뭐 하는 거지?
동주를 오르는 여우를 노리고 있습니다.
엥? 난 그런 지시 내린 적 없는데?
북제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고획조는 인간과 새의 모습을 번갈아 취하는 새로 천제소녀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별칭처럼 천제가 하계를 살펴보기 위해 날려 보내는 존재들이었다.
타앙!
그때 동주 쪽에서 하얀빛이 반짝이더니 폭음이 터졌다. 동시에 고획조 한 마리가 비틀거리더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북제가 고개를 쑥 내밀었다.
방금 뭐야?
서대륙에서 쓰이는 총입니다. 저 여우는 빙정의 힘을 총을 통해 쓰더군요.
사영의 말에 바닥에 엎드려 있던 부열자가 분한 듯이 말했다.
신물을 저런 난잡한 방식으로 쓰다니! 저 짐승은 빙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분명합니다. 빙정에 대해 모르는 자가 어찌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단 말입니까. 부정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부디 천제께서 낱낱이 밝혀주시옵소서!
시끄러우니까 좀 닥치고 있어봐. 야, 니들 뭐 하냐! 저런 거 말고 여우를 비추라니까!
북제의 고함에 움찔한 묘선들이 서둘러 천경을 움직였다. 잠시 후 거울은 계단에 납작 엎드린 로이드의 모습을 비췄다. 밤보다 더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몸에 걸친 옷가지는 다 타서 재만 남았고, 유일하게 멀쩡한 것은 목에 걸린 주머니 하나였다. 아란이 그에게 준 주머니는 영물 누에의 실인 천잠사로 만들어진 것이라 동주의 열기에도 손상되지 않았다.
벌거숭이가 된 로이드는 남쪽의 야만인과 별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다행히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은 빙정의 보호를 받아 무사했다.
북제가 무척 흥미롭다는 얼굴로 말했다.
저놈이 여우라고? 인간으로 보이는데.
반요선이었다가 인간으로 환생하였는데, 전생의 인연을 얻어 여우로 변했다 들었습니다.
오호.
그때였다. 엎드린 로이드의 가슴께에서 흰빛이 흘러나오더니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빛은 다음 순간 그가 들고 있는 총으로 옮겨갔다. 타앙 소리와 함께 총이 불을 뿜었다. 또 한 마리의 고획조가 빙빙 돌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이어 동료를 잃은 고획조들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후퇴했다.
북제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거참, 신통방통한 놈이구나. 아주 재미있어.
- 야 이 ◆◆◆, ◆◆한 ◆◆새끼들아! ◆◆ 같은 ◆◆◆!
그때 천경에서 원색적인 욕설이 쏟아졌다. 듣도 보도 못한 욕에 태청전에 있던 모든 이들의 눈이 둥그레졌다. 천경에 비친 로이드가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 ◆◆! ◆같은 놈들아! 내 마누라 내놔!
태청전 안이 조용해졌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잠시 씩씩거리던 로이드가 총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잠시 후 그는 은색의 조그마한 여우로 변했다. 기둥 옆에 몸을 둥글게 만 여우는 금방 잠에 빠졌다. 적의 습격에 대비한 듯 한쪽 귀는 쫑긋 세운 채였다.
잠시 후 천경이 빛을 잃자 북제가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마누라라니? 웬 마누라?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저 여우는 아내를 찾아 선계로 오고 있다 하옵니다.
천경을 조절하던 묘선이 서둘러 대답했다. 낮에는 열에 타들어가고 밤에는 고획조와 싸우며 계단을 오르는 로이드가 안타까웠던 탓이다. 그는 천제가 좀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그가 보게 된 것은 히죽거리는 북제의 얼굴이었다.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는 놈이야. 누가 가서 북해낭랑을 불러와라. 놈이 어떻게 시험을 통과했는지도 들어봐야겠어.
잠시 후 북해낭랑이 천제의 명을 받고 태청전에 도착했다. 그녀와 함께 북해를 수호하는 북진자와 오성자를 거느린 채였다. 북제의 용건을 듣고 오만하게 고개를 쳐든 그녀가 되물었다.
그래서 뭐가 문제죠? 시험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는 정당하게 시험을 통과하여 빙정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낭랑! 저 여우가 저보다 더 빙정에 어울린다는 소리입니까?!
부열자가 분한 듯이 소리쳤다. 차가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본 북해낭랑이 답했다.
그렇다. 빙정 또한 그를 주인으로 인정했지.
부열자가 당황한 듯 입을 다물었다. 북진자와 오성자가 뒤를 이어 말했다.
빙정의 주인은 어떤 도전자보다 강한 염원을 갖고 있었습니다. 비록 부족하고 서툰 자지만, 순수한 열정과 의지를 높게 사서 빙정의 주인으로 인정했던 겁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여기 있는 어떤 천신들보다 그의 바람이 더 강렬했소이다.
북해의 세 천신이 입을 모아 로이드의 편을 들었다. 북제의 눈이 강렬한 흥미로 번뜩였다.
여우가 어떻게 북해낭랑의 시험을 통과했는가?
그건 천제께서 명하셔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북해의 시험은 대외비. 각자의 염원과 의지를 겨루는 것이니.
북해낭랑이 딱 잘라 거절했다. 북제는 무척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북해낭랑이 대전 안에 모인 이를 슥 둘러보며 말했다.
저 여우는 나를 누님이라 부르는 녀석입니다. 그가 동주를 끝까지 올라온다면 선계에서는 예를 다해 그를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를 적대한다면, 이 북해낭랑을 적으로 돌리는 것임을 명심하세요.
멍한 표정이 된 부열자를 힐끗 노려본 북해낭랑이 홱 몸을 돌렸다. 그녀는 태청전에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차갑게 떠나갔다.
북해는 다른 곳보다 남녀의 교제가 자유롭다. 혼인 전에는 마음껏 놀고 혼인 후에는 서로에게만 충실한 것이 북해의 법도였다. 그들의 천신인 북해낭랑 또한 불륜에 엄격했다. 부정을 저지른 이들의 손가락과 발가락, 성기를 자른 후 짐승의 먹이로 던져줄 정도였다. 또한 그녀는 결혼의 수호자로 순수한 사랑과 상대에 대한 정절을 무엇보다 높게 치는 여신이었다.
로이드는 약혼녀와 혼인하기 위해 제 목숨을 걸었다. 강대한 힘을 약속하는 빙정 앞에서 오직 혼인만을 원했고, 아내를 되찾기 위해 온몸을 불태워가며 동주에 올랐다. 그의 행동에 흡족해진 북해낭랑은 로이드의 편을 들기로 했다. 이번 일로 ‘과연 북해낭랑이 선택한 인물은 뭔가 다르다’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잔뜩 으쓱해져 있었다. 용궁공주 능파선과 머리채를 뜯고 싸우는 일이 있더라도 로이드를 감쌀 생각이었다.
뒤에 남은 북제가 꿍얼거리듯 말했다.
아니, 저 얼음덩어리 같은 여자가 웬일이지? 아주 대놓고 편을 드네?
북해낭랑뿐만이 아닙니다. 용궁의 일왕자인 비회 님과 금위대장인 무라도 저 여우를 비호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음? 셋 다 도도하기로 이름 높은 천신들이 아닌가. 저놈에게 무슨 매력이 있어서?
벌거숭이 로이드만 봤던 북제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사영이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비회 님이 편을 드는 것은 저 여우가 아란선인의 남편이기 때문이고…….
뭣?
산더미 같은 장계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던 청원진군이 버럭 소리쳤다. 너무 놀라 들고 있던 장계를 와르르 떨어뜨린 그가 사영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외쳤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란선인이라니? 혹시 제 여식을 말하는 겁니까?
……따님이 하계에서 혼인했다는 소식을 못 들으셨습니까?
뭐, 뭐? 난 그런 소리 못 들었어! 하계로 유배를 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혼인이라니! 어떤 놈이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내 딸을 데려가?
진군이 길길이 날뛰며 외쳤다. 억울해서 미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사영이 조금 불편한 눈으로 말했다.
소혜왕비께서 말씀하신 줄 알았습니다.
진군이 뒤통수를 맞은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너무 바빠서 집에 돌아갈 생각조차 못 했다. 평소라면 난리가 났을 능파선이 서신 한 장 보내지 않아 이상하게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일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안색이 새파래진 진군이 북제에게 청했다.
퇴, 퇴청을! 퇴청을 윤허하여주십시오!
아, 잠깐 기다려보게. 지금 중요한 이야기 중이잖아!
북제는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 계속 말해보라는 손짓에 헛기침을 한 사영이 말을 이었다.
비회 님은 그렇고. 금위대장 무라는 그가 친우의 아들이라 싸고돈다고 합니다.
친우의 아들?
묵림의 아들이라 하더군요.
뭣이?
북제가 옥좌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잔뜩 흥분해서 외쳤다.
아들이 있었어? 응? 언제 또 새끼를 낳은 거야?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덫을 들고 와! 생포하게!
진정하십시오. 진짜 아들이 아니라 아들의 환생이랍니다.
주춤한 북제가 머리를 긁적였다.
……환생? 아, 그때 죽은 아들의 환생이야? 아니, 그걸 어떻게 찾았대.
억울하게 죽은 아들의 환생을 계속 찾으러 다녔던 모양입니다. 이번에 동주까지 직접 등에 싣고 태워다 준 모양이군요.
야! 그럼 아들만큼 아끼는 거잖아! 그물 갖고 와! 아니, 내가 직접 간다!
다시 흥분한 북제가 단 아래로 뛰어 내려가려고 했다. 사영이 황급히 그를 붙잡았다.
안 됩니다.
왜?
왕모께서 이런 일이 있을까 봐 미리 경고하셨습니다. 만약 여우를 건드리면 이번에야말로 눈알을 파버리시겠답니다.
그 여편네는 왜 또 난리야!
북제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사영은 이제 와서 왜 뒷북이냐며 머리를 흔들었다.
왕모님께서 진작 찍어놓으셨답니다. 싹수가 있어 보이는 놈이니 천천히 키울 생각이라고, 뒤늦게 와서 가로챌 생각하지 말라더군요.
난 남이 침 바른 것도 잘 먹어.
이번에는 확실히 탈 납니다. 왕모님이 찍으셨으면 그냥 포기하시는 게 낫습니다.
끙 소리를 낸 북제가 선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그는 괜히 단을 툭툭 걷어차며 심술궂은 얼굴로 말했다.
거, 진짜 어떻게 안 되냐? 이래 봬도 내가 천제인데 말이야. 이럴 때 아무것도 못 하면 천제 할 맛 나겠냐고.
안 되는 일이라도 상관이 까라면 그냥 까야 했다. 잠시 고민하던 사영이 답을 내놓았다.
우리와 아주 관계가 없는 여우는 아닙니다. 왜 태자님이 하계로 내려갔을 때 잠시 신세를 지기도 했잖습니까. 그것에 보답한다는 핑계를 대면 어떻게든 끼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오, 그래?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수군거리는 둘을 바라보던 진군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외쳤다.
퇴청을 윤허해주십시오!
아, 알았네. 가봐.
북제가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진군은 부랴부랴 태청전 밖으로 달려 나갔다. 사영이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진군을 보내시면 어쩝니까.
왜?
진군이 없으면 누가 일합니까. 가뜩이나 일하는 사람도 적은데.
바닥에 떨어진 장계를 턱짓한 그가 말했다. 뒤늦게 아차 한 북제가 다른 이들에게 명령했다.
어서 가서 진군 도로 끌고 와. 내가 급히 부른다고 해.
부열자는 이미 깨끗이 잊혀진 뒤였다.
◇ ◆ ◇
다행히 진군은 무사히 소혜왕부에 도착했다. 아내인 능파선이 왕부에서 일하는 이들과 함께 마중을 나와 있었다. 능파선은 창백한 안색에 커다란 눈, 작은 입술을 가진 섬세한 미녀였다. 그녀는 평소처럼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오셨군요.
음, 당신도 잘 지냈소?
진군이 어색한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능파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불편한 기분이 든 진군이 서둘러 변명했다.
빨리 오고 싶었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러셨겠죠.
능파선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군은 마중 나온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란아는 어디 있소?
거처에 있겠지요.
그래?
딸아이 성격상 아비가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도 가만히 앉아 있을 리가 없었다. 진군은 아란의 거처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능파선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은 안 돼요.
왜?
이유는 아실 필요 없어요. 지금은 란아를 내버려두세요.
능파선이 고집스럽게 말했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진군이 몸을 옆으로 틀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능파선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숙련된 무인인 그를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안 된다니까요!
진군은 빠르게 중정을 가로질렀다. 동루를 타고 본채의 중앙을 지나면 조그마한 아치형 석문이 있었다. 그 뒤로 아란의 거처인 2층짜리 가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후정과 항상 꽃이 피어 있는 커다란 등나무가 푸른 기와를 올린 별채를 장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별채의 문은 모두 굳게 닫힌 상태였다.
란아!
진군은 별채 앞으로 다가가며 큰소리를 냈다. 그러자 별채의 문에서 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13. 하늘의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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