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반에 숨은 명화 이야기 라는 부제 위에 뚫린 한 칸에는 서남아에서 유럽으로 소개되어 당시 인기였던 백합과 깜짝 놀라 베일로 가리면서도 귀한 모습의 마리아가 보인다. 마치 음악과 미술의 만남이 놀라울 만하면서도 지극히 자연스러움을 이 그림 일부로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수태고지> 그림 전체에서 마리아의 놀람은 백합 때문이 아니란 건 더욱 재미있는데, 이 책 커버 틀을 벗겨 내면 그림 전체가 드러나 원래 의도를 찾기 쉬워질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듯이(그러나 막상 표지엔 또 다른 앨범 그림들. 황홀하다!), 이 책을 펴 읽으면 각각의 틀에 갇혀 있던 음악과 미술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나타낸 것만 같다. 그리고 해석의 자유를 나타내는 듯한 하얀 여백의 미까지, 내용도 내용이지만 표지부터 심사숙고한 티가 나서 더욱 끌리는 책이다.
클래식 음반에 명화가 있으면 음, 이 음반엔 이 그림을 썼군. 하기만 하곤 정확히 왜 그 그림이 그 음반에 최적의 조합인지 알아보기는 귀찮았던, 관심이 음악보다 미술엔 덜한, 이런 책 없을까? 하고 한 번쯤 생각해 봤던 나와 같은 사람에게 좋은 바로 그런 책이다. 예를 들어 아바도의 베토벤 전집이 클림트로 도배됐는데 그것이 왜 어울리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물론 반대로 클래식엔 관심이 덜했지만, 명화들과 연결지어보고 싶은 미술광에게도 추천이겠다.
왜 클래식 음반에는 명화가 자주 쓰일까?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클래식 음반의 그림들. 클림트, 미켈란젤로, 피카소... 이들의 그림은 과연 음반에 담긴 곡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클래식광이자 미술 애호가인 저자는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낯선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의 운명을 이야기하며 바흐의 칸타타 순례 시리즈에 얽힌 사연을 풀어내는가 하면 앙리 루소의 그림이 사용된 라벨의 음반에서 남국을 그리워한 두 예술가의 시선을 읽어 낸다.
그림과 음악의 아이러니한 만남 역시 그의 상상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불의에 맞서 죽음을 선택한 세례 요한과 그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작곡해 명성을 얻은 슈트라우스의 엇갈린 생애, 혁명을 예찬한 들라크루아의 그림과 낭만주의 작곡가 브루흐의 잘못된 만남... 클래식 음반에 숨은 명화의 비밀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들어가며 ㅣ 음악이 미술에게
백합처럼 하얀 순결 ㅣ 마르티니와 몬테베르디
돌고 돌아 다시 봄 ㅣ 보티첼리와 비발디
빈 접시에 담긴 화가의 마음 ㅣ 뒤러와 탈리스, 그리고 바흐
수양산 그늘이 강동 삼백 리 ㅣ 미켈란젤로와 바흐네 피붙이들
십자가 위에서 들려오는 일곱 말씀 ㅣ 그뤼네발트와 하이든
골트베르크 십자군 ㅣ 티치아노와 바흐
스페인 르네상스의 기수 ㅣ 엘 그레코와 빅토리아
베로니카의 손수건 ㅣ 수르바랑과 빅토리아
모차르트의 초상 ㅣ 모차르트와 잊혀진 화가들
혁명의 자화상 ㅣ 들라크루아, 실러, 그리고 브루흐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ㅣ 애리 셰퍼와 차이콥스키
시대가 요구한 피아노 광고 모델 ㅣ 단 하우저와 리스트
일곱 베일의 유혹, 춤추는 살로메 ㅣ 모로와 슈트라우스
온 세상에 보내는 입맞춤 ㅣ 클림트와 베토벤
햇빛 찬란한 남국의 꿈 ㅣ 중년 새내기 앙리 루소와 라벨
게르니카의 함성 ㅣ 피카소와 발라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 자루를 베고 죽는다 ㅣ 루오와 메시앙
피리 부는 화가가 남긴 수수께끼 ㅣ 아리모토와 하이든
글을 마치며 ㅣ 클래식 조리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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