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도시 남자의 제주 생활 적응기’라는 부제가 딱인 <올드독의 제주일기>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정우열이 살아가는 제주 이야기인데요. 할아버지가말년을 제주도에서 보내셨기에 저에게는 꽤나 익숙한 곳이죠. 그리고 그가 자신을 소개할 때 언급했던 드라마‘섹스앤더시티’에서 시골에서의 삶을 사랑하는 남자친구와의시간을 위해 시골 별장으로 갔던 캐리 브래드쇼의 호들갑에 그렇게 공감하지 않기도 했고요. 그래서 나는까칠한 도시 여자는 아닌가봐라며 룰루랄라 책장을 넘기고 있었죠. 하지만 사라진 듯한 제주도 사투리가살아 숨쉬는 오일장에서 상추 모종 심는 법을 묻는 작가에게 어이없는 미소를 머금은 할머니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왜그것이 어이없는 것인지조차 이해를 못해서 주위에서 설명을 들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저는 까칠하지는않을지 몰라도 무지한 도시 여자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네요. 우연히 마음에 드는 집을 만나, 반려견 소리, 풋코와 함께 하는 제주에서의 삶을 담아냈는데요. 반려견과 함께 수영을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거 같아요. 예전에 반려견을 기를 때, 함께 여행하기 위해 참 많은 것을 준비해야 했는데, 그냥 차를 끌고여러 해변으로 향하기만 하면 된다니 말이죠. 물론 약간의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부록처럼 수록된 ‘소리, 폿쿠와함께한 제주에서의 사계절’의 사진들을 보면 행복과 여유가 파도처럼 넘실되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제주에서의 삶은 도시에 동기화된 사람들에게는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오지만, 그 역시 자신의 일상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가 제주에 온지 어느덧일년이 되었다며 쓴 글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처음에는 만화와 일러스트가 많을 거라고기대했지만, 아주 절제해서 사용하고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많기도 했어요. 그 중에서 제가 차를 좋아하다보니 차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차애호가였던 법정스님이 17년간 드셨다는 효월차, 저도 한잔 마셔보고 싶네요. 마지막 인사 역시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발터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에서 “"모스크바를통해 베를린을 보는 법을 배운다."를 인용하며, ‘제주를통해 서울을 보는 법’, ‘작별을 통해 관계를 보는 법’을배웠다며 마무리하죠. 저 역시 제주를 통해 도시의 제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올드독의 이야기다. 더구나 제주도에 관한 이야기다. 김중혁 작가는 말했다. 이 책은 사람들이 뚜렷한 성공을 향해 앞으로 달려가는 그 순간, 멈칫거리며 뒤로 물러나다가 결국 제주도에서 개와 함께 스노클링 따위나 하며 조금씩 도태되어 스스로 멸종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라고. 또 이효리와 결혼해 제주도로 이주한 뮤지션 이상순은 이렇게 말했다. 제주에 사는 것처럼 제주를 만끽하고 싶은 분들에게 매우 재밌고 유익한 책입니다. 게다가 그림도 귀여워요. 느린 삶 의 대표명사가 된 제주도의 삶. 대안적인 삶의 공간으로 제주도가 떠오르는 요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올드독 역시 약 이 년 전 제주도로 이주해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근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제주도에 사니까 좋아요?라고.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까칠한 도시 남자의 제주 생활 적응기는 제주도 역시 서울과 다름없는 생활의 터전임을 말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잊지 않는다.